ISSN : 1226-072X
알기 쉬운 요약
This study explored the relationship between working conditions and health among caregivers, using an expanded “conceptual model for integrated approaches to the protection and promotion of worker health and safety.” The working environment was conceptualized not only as the conditions of work within institutions but also as a structural context encompassing social, political, economic environments. Deductive thematic analysis was conducted with five caregivers employed in medical institutions. The working environment was analyzed across four dimensions―physical, organizational, psychosocial, and job design―with health and wellbeing considered as an outcome dimension. Findings revealed that physical factors were characterized by a lack of rest areas, insufficient ventilation and lighting, and the use of manual hospital beds, which were associated with poor sleep quality and musculoskeletal disorders. The organizational dimension highlighted institutional gaps arising from outsourced and precarious employment contracts, including the absence of workers’ compensation. Psychosocial factors involved low social recognition and frequent experiences of violence, which were identified as key psychosocial stressors, while the job design dimension revealed excessive patient loads, unclear role boundaries, and a lack of structured training systems. In addition, the analysis revealed structural exclusion emerging from processes such as outsourcing and labor flexibility within the social, political, and economic environment. These factors interacted to affect both the physical and mental health of care workers. The study underscores that improving the working conditions of care workers is essential to enhancing the quality of care in an era where good care is increasingly valued.
본 연구는 노동자 건강과 안전 보호 및 증진을 위한 통합적 접근의 확장 개념 모형을 적용하여 간병인의 노동환경과 건강 경험을 탐색한 연구이다. 특히, 노동환경을 기관 내 업무환경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정치·경제적 맥락과 제도적 환경의 구조적 맥락까지 포함하였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간병인 5명을 중심으로 연역적 주제분석을 실시하고, 노동조건을 물리적요소, 조직적요소, 심리사회적요소, 직무설계의 네 가지 하위요소로 구분하고, 건강과 웰빙을 포함하여 총 다섯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물리적 요소에서는 휴게공간 부재, 환기와 채광시설 부족, 수동식 침대 사용 등이 확인되었다. 조직적 요소에서는 용역 중심의 특수고용 형태,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부재로 인한 제도적 공백이 드러났다. 심리사회적 요소에서는 낮은 사회적 인정, 폭력 경험 등이 주요 요소로 작용했으며, 직무설계 요소로는 과중한 환자 수, 불명확한 역할 경계, 교육체계 부재 등이 확인되었다. 또한, 사회·정치·경제적 맥락과 제도적 환경의 요소에서는 외주화와 노동유연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제도적 배제가 결합된 구조적 현상이 드러났다. 이러한 각 요소들은 상호작용하며 간병인의 신체적 및 정신적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었다. 본 연구는 좋은 돌봄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현시점에서 돌봄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돌봄노동자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한국은 2024년 12월을 기점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으며 요양병원, 요양원 등 노인의 돌봄과 관련된 기관의 이용률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보건복지부, 2024;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2025). 이러한 변화에 따라 돌봄의 일선에서 가장 밀접한 영향을 주는 돌봄노동자에 대한 논의도 확대되고 있으며, 실질적인 돌봄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어떤 환경을 구축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 역시 활발하다(오민수 외, 2023; 한겨레, 2025).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돌봄인력 중에서도 가장 실질적인 지원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간병인의 경우 여전히 「근로기준법」에 의거한 노동자에 상응하는 제도적 지원을 받고 있지 못하며, 제도권 내에서 자격과 급여체계를 갖고 있는 요양보호사와는 달리 법 제도의 외곽에 머무르고 있다(이규용 외, 2022). 간병인을 둘러싼 노동환경의 문제는 외주와 용역중심의 불안정노동의 문제, 표준화되지 않은 업무범위, 낮은 사회적 인정 등의 여러 가지 문제에 얽힌 구조적 취약성 아래 놓여있다(이규용 외, 2022).
초고령사회의 기존 선행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간병인의 평균연령은 50~70대이며, 주로 간병협회, 인력파견업체, 중개플랫폼 등을 통해서 파견된다. 주로 공동 간병을 실시하는 병원에서도 해당 업체들을 통해 간병인을 고용하기도 하며, 주로 환자의 체위변경, 위생관리, 식사 및 운동보조 등을 담당하게 된다. 간병은 환자의 치료과정 및 회복 단계에서 기본적인 일상생활과 치료에 필요한 보조적 활동을 제공하는 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김두리 외, 2023). 「의료법」 제4조의2는 전문간호 인력이 제공하는 간호 및 간병통합서비스의 맥락에서 규정하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0조에서는 업무상 재해환자의 신체활동 지원과 치료보조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제시하고 있다(대한민국 법제처, 2025). 그러나, 간병인은 「의료법」 내에서 의료인(의사, 한의사, 간호사 등)에 대한 규정과 같은 독자적 혹은 법적인 직종으로 규정되어있지 않으며, 이로 인해 자격이나 면허, 배치의 기준, 보수교육 등의 핵심적인 관리의 적용대상에서도 배제되어 있다.
한국에서 간병과 관련된 보험제도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국민건강보험법」이 있으나,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경우 의료기관이 아닌 장기요양기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급여로 한정하고 있어, 간병인은 이와 관련된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요양병원 간병비 특별 현금급여제도가 있긴 하지만 이는 장기요양보험 수급자가 의료적 처치를 받기 위해 요양병원을 이용하는 경우에 한정되기 때문에 직접적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김두리 외, 2023). 간병인의 산업재해보상보험, 건강보험 가입률을 알 수 있는 공식적 자료를 찾아보기 힘들며, 간병인의 경우 종사상의 지위(일용직, 특수고용직 등)로 인해 해당 보험의 가입이 실질적으로 어렵다. 요양보호사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법상에서 근거한 국가자격제도의 인력인 것과 대비되어 간병인의 경우 비슷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노인장기요양보험 내에서 제시되고 있지 않으며, 고용형태가 용역이나 일용직, 특수고용의 형태를 띄고 있으며, 일관된 공적 보호를 받기 어려운 제도적 환경에 기반하고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내에서 역시 의료기관이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병동지원인력을 인력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 제도에서 역시 실질적으로 간병인을 제도권 내로 편입하기 보다는 의료기관 내부에서 배제하는 형태로 작동하고 있어, 이로 인한 직접적 돌봄인력(간병인)의 배제문제가 존재한다(내가만드는복지국가, 2024). 이처럼 간병인들은 의료기관에서 직접적이고 핵심적인 돌봄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제도권에서 사각지대에 놓여있으며, 이러한 환경은 결과적으로 돌봄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국내 의료현장에서는 간호 관련 수가가 낮다보니, 그 부담이 환자와 가족에게 지워지고 있어(황나미, 2010), 간병인의 노동환경의 개선의 문제는 결국 환자와 가족의 경제적 부담으로 고스란히 연결된다. 이러한 점에서 간병인의 노동환경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은 여러 가지 여파를 동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돌봄의 질의 문제와 간병인의 인권문제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수의 간병인들은 퇴직이후의 연령에 해당하는 65세 이상의 고령 노동자이고, 이들은 돌봄환경 속에서 건강 악화나 인권침해를 경험하기도 한다(보건복지자원연구원, 2020;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 2025).
이처럼, 간병인은 초고령사회에 불안정노동자로서 수요가 많은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돌봄인력 안에서도 비주류로 꼽히며 특히 불안정한 노동자의 위치에 있다. 이러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기존 연구들은 주로 요양보호사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이혜자, 권순호, 2011; 서소혜, 박화옥, 2012; 이윤석, 문승권, 2012; 김윤영 외, 2023 등), 간병인의 노동환경을 질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드물다. 이러한 배경에 따라 본 연구는 간병인의 노동환경의 실태를 보다 심도 있게 포착하고자 간병인의 노동환경을 질적으로 분석하였다. 본 연구의 연구질문은 다음과 같다.
간병인의 노동환경과 건강과 웰빙은 어떠하며, 이를 어떻게 경험하는가?
돌봄노동(care work)은 인간의 생존과 복지를 유지하기 위해 수행되는 활동으로, ILO(국제노동기구)의 국제표준직업분류(International Standard Classification of Occupations, ISCO)에 따르면 개인의 건강, 정서,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개인서비스 제공활동을 포함한다(ILO, 2012). 돌봄노동은 직접적 돌봄(direct care)과 간접적 돌봄(indirect care; 요리, 청소 등)을 아우르는 노동으로 정의되며, 보수 유무에 따라 무급 돌봄노동(unpaid care work)과 유급 돌봄노동(paid care work)으로 나뉜다(ILO, 2018).
특히, 유급 돌봄노동은 요양보호사, 간병인 등 다양한 직종을 포함하는데, 이들은 개인과 사회의 돌봄요구를 충족시키는 핵심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사회적 인정 부족(low road to care)이라는 구조적 취약성에 놓여 있다. ILO(2018)는 이러한 돌봄노동의 관계를 ‘무급 돌봄노동-유급노동-유급 돌봄노동의 순환’(unpaid care work-paid care work-paid care work circle)으로 개념화했다. 이 개념은 돌봄노동이 여성에게 불균등하게 집중되어 있다는 점과 가정 내 무급 돌봄노동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와 노동환경 모두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돌봄 노동 전반의 가치가 구조적으로 저평가되는 메커니즘을 설명한다(ILO, 2018). 특히 한국은 유교문화 아래 가족 내에서 여성을 중심으로 가부장적인 돌봄 문화가 존재하였다. 이렇듯 여성을 중심의 사회적 돌봄과 누구든지 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젠더화 된 돌봄을 통해 돌봄 노동의 가치는 저평가되어 왔다(한미경, 김찬우, 2019).
한국표준직업분류(Korea Standard Classification of Occupations, KSCO) 체계를 살펴보면 한국의 제도적 측면에서 돌봄노동자의 사회적 위치를 알 수 있다. 한국표준직업분류 제8차 내용을 살펴보면 요양보호사 및 간병인은 돌봄 및 보건 서비스직의 하위 직종으로 분류되며, 고령이나 노인이나 노인성 질환 등을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성인에게 병원, 요양원 등에서 환자를 돌보는 업무를 수행한다. 요양보호사의 경우,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 내에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핵심인력으로, 의료서비스와 가족 돌봄 사이의 중간영역을 연결하는 노동자이다. 그러나 증가하는 수요에 비해 돌봄노동자는 업무 부담, 전문성 부재, 가족들의 무리한 요구 등으로 업무부담과 갈등이 누적되는 것으로 보고된다(최희경, 2010; 석재은, 2020). 이들의 노동조건은 불안정한 호출노동(Call-Type Care Work)1), 기관 소속 노동자이지만 적절한 지원과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보호 노동, 필수노동자 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인정과 보상이 결여된 저평가 노동, 그리고 인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는 취약성으로 특징지어진다(석재은, 2020). 특히 서비스 대상자뿐 아니라 보호자, 가족으로부터 언어적, 신체적, 성적 폭력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러한 폭력 경험이 직무소진과 이직 의도 그리고 이들의 건강에 영향을 준다(윤명숙, 김남희, 2016; 홍영미, 최항석, 2021). 이러한 선행연구들은 전반적인 돌봄노동이 제도적으로 필수적 역할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돌봄노동자들이 구조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음을 공통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같이 돌봄노동은 공식·비공식적 돌봄을 포괄하며 광범위한 범주로 논의되어 왔다. 제도적으로 요양보호사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체계에 포함되어 있지만, 본 연구의 대상인 간병인은 공적 체계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료기관에서 돌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제도적 지위의 차이가 존재한다. 본 연구는 의료기관에서 환자에게 돌봄과 일상생활 지원을 제공하는 간병인에 초점을 둔다. 이들은 장기요양보험 체계의 요양보호사와 구분되며, 통합간호간병서비스 적용 여부와 관계없이 병동에서 돌봄을 수행하는 인력이다. 이러한 점에서 간병인은 공적 돌봄체계에서 밖에서 필수적 돌봄을 수행하는 불안정한 제도적 위치에 놓여 있다.
한국은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장기요양 및 간병서비스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노인은 급성기 질환보다는 만성질환과 일상생활수행능력 저하로 인해 장기 돌봄을 요하는 병원이나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공장호, 김완민, 2015). 이에 따라 간병 부담 또한 확대되고 있으며, 간병 부담을 덜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보건복지부, 2023). 2023년 기준, 요양병원의 간병인은 약 3만 5천명이며, 간헐적으로 활동하는 간병인은 약 3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 2025). 간병인은 비공식적이며 비제도화된 민간영역의 돌봄노동자이다. 시급이 낮고, 사회보험 가입률은 낮으며, 주 80시간 이상으로 나타나 고용형태, 시급, 근로시간, 사회보험 가입의 측면에서 그러하다(윤애림, 2013). 간병인은 노동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최저임금 기준이 존재하지 않으며, 생계를 위해 장시간 노동이 불가피한 구조이다(서울특별시, 2022). 간병은 의료서비스 제공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돌봄 수요임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보험의 급여에 포함되지 않아 환자와 가족의 부담으로 머물러 있다. 송명환(2024)은 간병서비스가 공적인 보험체계로 흡수되지 못함에 따라, 간병인이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한다(송명환, 2024). 간병인은 24시간 근무로 인한 초장시간 노동, 최저임금을 다소 상회하는 저임금,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 미가입, 중고령 여성노동자, 근골격계질환 등 직업성 질환에 노출되는 건강취약 노동자이다. 공식적인 제도권에 포함된 노동자는 최소한의 권리를 보호받지만, 그렇지 않은 노동자의 경우 제도권 밖에서 불안정한 환경속에서 생계를 이어간다. 한국 사회의 간병인은 주로 병원에 직접 고용되거나, 간병용역업체(또는 간병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용역형태로 일하거나, 환자나 가족에 의해 개인적으로 고용되는 형태(개인간병)로 구분된다. 특히, 간병용역업체를 통한 고용형태는 특수고용 형태로 이뤄져 실질적으로는 고용안정성이 낮은 형태로 분류된다.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간병인 집단 내부에서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노노케어의 시대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요양병원의 간병인의 절반은 중국동포 등 외국인으로 예상된다(국민건강보험공단, 2023). 이들은 입직을 위한 공식적 자격 요건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고, 노인요양병원의 간병 영역은 노동조건과 구조의 특성상 내국인 인력수급이 어렵기 때문에 중국동포 여성 이주노동자가 더 쉽게 유입된다. 이주노동자의 유입은 민간 중심의 전달체계 중심으로 노인돌봄 일자리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입된 결과로 내국인이 기피하는 영역에 주로 유입되는 구조가 형성되었다(김유휘, 2018). 이러한 이주 돌봄노동자는 젠더화된 노동시장 구조와 글로벌 차원의 노동유연화로 인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취약한 노동조건에 더 쉽게 노출된다(ILO, 2023). 실제로 이들은 한국에서 돌봄노동자로 일하면서 한국문화에 서서히 적응해가는데, 초기에는 한국에서 먼저 간병인이 된 조선족들 사이에서 간병은 괜찮은 업무로 인식되지만, 돌봄업무에 본격 투입되며 차별, 돌봄 부담, 부정적 이미지, 문화적 갈등 등의 어려움을 경험한다(홍세영, 김금자, 2010). 이러한 경험은 개인의 문화적응의 어려움보다는, 간병인이 공적 돌봄체계 밖에서 돌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구조적으로 형성되는 취약성이라고 할 수 있다. 간병인은 여전히 제도화되지 않은 노동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간병실태를 파악하기가 어려우며(임민경, 김선제, 2022), 인력 부족 문제를 외국인 간병인 도입을 통해 보완하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앙혜정, 박시현, 2025). 법적 노동자가 아닌 제도권 밖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는 점에서 이들이 마주한 노동은 표준적이지 않다. 특히, 파견 및 용역 특수형태, 일용직 노동자가 대부분이며, 임금근로자와 자영자라는 특성을 같이 갖고 있어 특수형태근로자로 분류되어 임금근로자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안전 조치에서 취약하다. 한국은 2017년 기준 OECD 회원국 중 산업재해(이하 산재)사망률 5위인데, 간병인은 산업재해보상보험 대상이 아니므로 정확한 산재 규모조차 확인할 수 없다(고용노동부, 2024). 프레젠티즘(아플 때 일한 경험)의 비율이 높게 보고되는데, 이는 당일 대체인력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박찬임 외, 2013).
간병인과 같이 비정규직, 하청노동자, 건강취약 노동자, 플랫폼노동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들은 자신의 삶을 통제하는 것이 어려우며, 불안정한 노동환경 속에 놓이게 된다. 이승윤(2024)은 이러한 비표준적이고 비전형적인 노동의 형태를 액화노동(melting labour)로 정의하였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점점 액화노동은 점점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노동보호의 실질적 한계를 드러낸다. 이러한 논의는 간병노동이 공적돌봄체계 밖에서 불안정한 고용구조를 갖고 있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표 1>은 간병노동의 불안정성을 측정하기 위해 이승윤(2024)의 기준을 활용하였다. 고용, 소득, 사회보험의 세 가지 측면으로 구분하여 측정하였는데, 세 가지 모두 불안정한 경우 ‘매우 불안정’, 두 가지 영역이 불안정한 경우 ‘불안정’ 한 가지 측면이 불안정한 경우 ‘약간 불안정’ 불안정하지 않을 경우 ‘불안정하지 않음’으로 속하는 것으로 본다. 첫째, 고용 불안정성은 고용계약형태, 근로시간, 근로제공방식을 기준으로 측정한다. 고용계약 형태로는 비기간제, 임시일용인 경우가 고용불안정에 포함된다. 또한 근로시간이 시간제거나 호출근로, 파견근로, 용역근로 등인 경우가 고용불안정 집합에 속한다. 비임금근로자는 무급 가족종사자 등이 고용불안정 집합에 포함된다. 둘째, 소득 불안정성은 ILO의 저임금 기준인 ‘전체 노동자 중위소득의 3분의 2보다 낮은 시간당 임금을 받을 경우’에 소득 불안정 집합에 속한다. 셋째, 사회보험 불안정의 경우 4대 사회보험(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건강보험) 중 하나라도 가입하지 않은 경우를 사회보험 불안정 집합에 속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해당 분류 기준에 따르면 간병인은 세 가지 모두 불안정한 상태로 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간병인의 불안정 노동 측정 기준 | |
|---|---|
| 고용 불안정 | 종사상 지위 – 임시일용(일대일 간병) 근로제공 방식 – 용역근로(용역업체 간병) |
| 소득 불안정 | 전체 노동자 중위소득의 2/3보다 낮은 시간당 임금 – 임금 및 소득 불안정 |
| 사회보험 불안정 | 4대 보험 중 하나라도 미가입 상태 |
출처: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이승윤, 2024, 문학동네, pp. 136-138.
한편, 기존에 수행된 선행연구에서도 간병노동의 불안정성이 지속적으로 보고되었다. 박정우(2018)는 ILO 기준에 따라 일자리의 질을 평가하면서, 임금수준(월평균 임금이 중위임금의 50% 이상), 고용안정성(상용직), 사회적보호(4대보험 모두 가입)의 3가지 기준 중 2가지 이상이 충족될 경우 ‘괜찮은 일자리(Decent work)’로 정의하였다. 그러나, 간병인의 경우 세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에 놓여 있음이 확인된다. 조혁진(2022)은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사회보험 제도에서 제외되는 여부에 따라 비공식노동을 4가지로 분류하는데, 이 분류 기준에 따르면 간병인은 그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 유형에 해당한다. 이는 간병인의 노동력 거래 과정이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제도적으로 노동자성을 판단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현행 법체계에서는 간병인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하고 있지 않으며, 관련 판례를 통해서도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못하고 있다(남우근, 2023). 한편, 강나진(2025)은 근로형태와 고용안정성이 직무만족에 영향을 미치므로 근로시간조정, 근무강도 완화,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고용안정성을 강화할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고용·소득·사회보험에서의 구조적 불안정성이 간병인의 실제 노동환경에서 어떻게 경험되는지 질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노동환경을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분석틀을 적용하였다.
출처: “Expanded conceptual model”, Sorensen et al., 2021, Social Science & Medicine.
본 연구는 Sorensen et al(2021)가 제시한 모형을 분석의 이론적 틀로 적용했다. 이 모형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이 단일 요소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건의 물리적, 조직적, 심리사회적, 직무설계 요소가 영향을 미치며, 이러한 결과가 개인의 건강 및 웰빙과 궁극적으로 조직 전체의 성과로 연결된다고 본다. 첫째, 물리적 요소(Physical conditions of work)은 노동자가 실제로 수행하는 업무환경과 관련된 물리적 조건이다. 노동환경을 둘러싼 작업공간, 위생 및 편의시설, 신체적 부담 요소, 조명·환기·채광 등으로 구성된다. 둘째, 조직적 요소(The organization of work)은 노동이 이루어지는 제도 및 관리적 환경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고용형태, 근무시간, 복지제도 등의 정책 및 제도가 포함된다. 셋째, 심리사회적 요소(The psychosocial work environment)은 노동자가 업무 수행 과정에서 경험하는 정서적 및 사회적 관계와 이로 인한 심리적 반응을 의미한다. 사회적 지지, 역할갈등, 감정노동, 직무스트레스, 갈등의 측면이 해당된다. 직무설계(Job design)는 업무 내용, 강도, 범위, 역할 구분, 자율성 등의 요소가 있다.
Sorensen et al(2021)의 모형에 의하면 노동자의 건강은 노동이 이루어지는 환경의 다양한 구조 안에서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환경은 불안정 노동을 포함한 고용구조의 산물로서, 노동환경 자체를 노동자, 가족,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소로 보는 관점과 맞닿아 있다(Haile, 2023). 이러한 관점은 돌봄 노동자의 건강문제 특히 불안정한 간병인의 건강을 설명하는데 유용하며, 불안정 노동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조직적, 심리사회적, 직무설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함을 이해하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다. 즉, 본 연구에서는 노동환경을 건강의 결정요소로 보고, 간병인의 노동환경을 단편적인 노동조건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보다 넓은 범위에서 통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노동환경이 간병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통합적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요양병원 및 병원 간병인의 노동환경에 대한 탐색적인 연구로 이들의 경험을 탐색하기 위해 질적연구 방법을 활용하였다. 질적연구에는 현상학, 문화기술지, 사례연구 등 다양한 연구방법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본 연구는 연역적 주제분석 방법(Deductive Thematic Analysis)에 기반하여 연구를 수행하였다. 연역적 주제분석 방법은 주제분석 방법(Thematic Analysis) 중 하나인데, 이는 연구자가 이론적 관심이나 목적을 갖고 이를 중심으로 주도되는 성격이 강한 주제분석 방법이다. 즉, ‘선행 이론이나 개념적 모델을 출발점으로 설정한 뒤, 경험적 자료를 분석틀에 따라 해석함으로써 이론과 경험의 상호작용을 탐색하는 분석방법’이다(Braun & Clarke, 2006; Fereday & Muir-Cochrane, 2006; Srivastava & Thomson, 2009). 연역적 주제분석은 국내에서도 정책평가 연구나 주요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 자료 분석에 활용되고 있다(김주옥, 이아영, 2023; 함영진 외, 2023; 최미향, 2025). 전통적인 주제분석이 갖고 있는 귀납적인 속성과 달리, 연역적 주제분석은 순수하게 자료에서 도출되는 내용을 간과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본 연구에서는 연역적 주제분석을 활용하되, 최초 구성된 틀에서 벗어나는 내용에 대해 확인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연역적 주제분석이 갖는 한계를 보완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간병인이 경험하는 건강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생활습관이나, 신체적 문제, 직무수행 방식의 결과 등의 관점에 한정하지 않고, 사회적·제도적 맥락 속에서 구조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간병인의 건강불평등은 제도적 지원의 부재, 불안정한 고용구조, 낮은 사회적 지위, 노동환경과 같은 다양한 구조적 요소에 의해 형성되고 심화된다. 특히, 본 연구에서 다룬 연구질문은 개인 사례에 기반한 분석보다는 간병인 집단에 대한 노동환경이나 제도적 차원의 고민을 담고 있기에, 사례연구나 현상학 등의 방법보다는 주제분석 방법을 통해 간병인이 경험하는 노동현장의 특성을 담아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통상 질적연구 방법을 통해 제시하는 자료에 대한 풍부한 묘사의 방식보다는 간병인에 대한 노동환경의 문제를 분석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고자 하기에 이러한 방식에는 귀납적 방식보다는 연역적 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사료된다. 연역적 주제분석 과정에서 본 연구에서는 Sorensen et al(2021)이 제시한 “노동환경이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매커니즘을 개념화한 모형(Conceptual model for integrated approaches to the protection and promotion of worker health and safety)”의 확장된 모형을 초기 분석 틀로 활용하였다. 이 모형은 노동조건을 중심으로 하여, 사회적·정치적·경제적 환경, 고용 및 노동 패턴, 조직 차원의 작업조건, 그리고 노동자의 건강·웰빙이라는 다층적 차원을 포괄하는 형태로 제시되어 구조적 요소를 파악하는데 용이하다. 나아가 노동유연화 등 사회·정치·경제적 맥락이 어떻게 간병인의 일상적 노동조건과 건강 경험에 어떻게 반영될 수 있는지를 해석하는 관점을 제공한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간병인의 건강문제를 개별 직무의 위험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적 결정요소로서의 노동조건을 중심에 두고 분석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연구목적과 적합하다.
본 연구의 참여자는 요양병원 및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간병인 5명이다. 본 연구에서의 간병인은 의료기관에서 환자에게 돌봄과 일상생활 지원을 제공하는 간병인이며, 통합간호간병서비스 적용 여부와 관계없이 병동에서 돌봄을 수행하는 인력이다. 연구에는 요양병원 다인실 간병인과 상급종합병원 일대일 간병을 수행하는 간병인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이들의 노동환경이 구조적으로 상이할 수 있으나, 제도권 밖에서 이뤄지는 간병노동이라는 공통적인 구조적 위치가 노동환경과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는 데 초점을 두었다.
질적연구 방법에서 적절한 연구참여자의 수는 연구의 관점, 방법, 목표 등에 따라 다르게 설정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총 9명의 참여자에 대한 심층면담을 수행했다. 그러나 이 중 노동환경과 건강에 대한 경험의 경우, Sorensen et al(2021)의 분석틀에서 제시된 주요 범주 전반에 걸쳐 경험이 충분히 드러난 사례를 중심으로 최종 분석대상을 선정하였다. 그 결과, 분석틀의 핵심 영역에 대한 경험이 비교적 균형 있게 도출된 5명의 사례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결과를 제시하였다. 나머지 4명의 면담자료는 분석과정에서 모두 검토되었으나, 인터뷰 시간의 제약이나 상황적 요인, 의사소통문제로 인해 응답의 분량이 제한적이었고, 분석틀의 주요 범주 중 일부 영역에 대한 경험이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동일 범주 내에서도 구체적 사건이나 맥락이 잘 드러나지 않아 범주별 속성 및 내용을 도출하기에 자료의 정보 밀도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분석틀의 핵심 범주 전반에 걸친 경험이 확인되고, 범주별 속성과 맥락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서술적 깊이가 확보된 사례를 중심으로 최종 분석대상을 선정하였다. 결과적으로 연역적 분석틀에 기반하여 범주별 경험이 충분히 확보된 자료에 대한 분석에 집중하였다. 또한, 자료에 대한 풍성한 분석을 위해 본 연구에서는 연구에 참여한 간병인이 근무하고 있는 병원의 환경을 보다 심층적으로 파악하는 과정을 수행하였다. 이를 위해 기관의 동의를 얻어 인터뷰와는 별도로 기관의 구조를 둘러보고, 간병인들이 근무하는 병실 내부 공간을 확인하였다.2)
참여자 선정과정은 연구의 목적에 맞는 사례나 참여자를 연구자가 의도적으로 선정하는 방법인 목적표집방법(Purposive Sampling Method)과 초기 참여자를 통해 관계가 있는 다른 참여자를 추천받아 참여자를 확장해 나아가는 눈덩이표집방법(Snowball Sampling Method)을 사용하였다. 연구참여자는 근속연수가 적어도 5년 이상 된 참여자를 대상으로 선정하였으며, 간병인의 경우 한국 국적뿐만 아니라 조선족, 중국 등의 국적을 가진 경우가 많아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질문을 이해하고 대답할 수 있는 참여자가 포함되었다. 연구참여자는 아래 <표 2>와 같다.
| 번호 | 이름(가명) | 나이대 | 근무지역 및 기관 | 담당 환자 수 | 노동조합 가입 여부 | 출신국가 | 간병경력 |
|---|---|---|---|---|---|---|---|
| 1 | 임가영 | 60대 후반 | 인천 / 요양병원 | 8명 | 미가입 | 한국 | 약 20년 이상 |
| 2 | 손지수 | 50대 중반 | 인천 / 요양병원 | 8명 | 미가입 | 중국(조선족) | 약8년 |
| 3 | 문순경 | 60대 중반 | 서울 / 대학병원 | 일대일 | 가입 | 한국 | 약 20년 이상 |
| 4 | 권미영 | 50대 후반 | 청주 / 요양병원 | 6명 | 가입 | 한국 | 약 10년 이상 |
| 5 | 이옥자 | 50대 초반 | 청주 / 요양병원 | 6명 | 가입 | 한국 | 약 5년 |
임가영은 60대 후반의 간병인으로, 약 20년 이상 동일 병원에서 근무해 왔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새벽 4시 반에 기상하여 하루 종일 환자 6~7명을 돌보는 24시간 상주 근무를 지속하고 있었다. 손지수는 50대 중반의 조선족 여성으로, 8년 전부터 한국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으로 근무해 왔다. 중국과 러시아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으며, 현재는 인천의 한 요양병원에서 치매·정신질환·와상환자 등 중증 환자 5~6명을 담당하고 있었다. 문순경은 60대 중반의 여성으로, 2003년부터 간병업에 종사해 온 베테랑 간병인이다. 과거 공공기관 근무 경험이 있으며, 건강 문제로 퇴직 후 간병일을 시작하였다. 현재는 병원 협력 간병노동조합에서 활동하면서 간병노동의 제도 개선, 외국인 노동자 차별 문제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권미영은 50대 후반의 여성으로, 청주 지역의 요양병원에서 10년 이상 근무 중이며, 간병노동조합에서도 활동하고 있었다. 하루 12~24시간 근무하며, 환자 5~6명을 담당했다. 이옥자는 50대 초반의 여성으로, 과거 생산직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50대에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한 뒤 간병노동을 시작하였다. 2020년부터 청주의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며 중증 치매 및 와상환자 5~6명을 담당한다. 격일제(24시간 근무 후 24시간 휴식) 형태로 일하고 있었다. 권미영과 이옥자는 병원에 직접 고용된 간병인이었다. 이는 현재 간병 고용 구조에서 비교적 드문 사례에 해당한다. 다만, 해당 병원 역시 일부 간병 인력에 대해 외주화가 이미 시행되었고, 외주화를 확대하려는 압력이 존재했다.
이렇듯 연구참여자는 일대일 전담 간병인과 다인실(6~8인실)을 담당하는 간병인이 포함되어 있으며, 노동조합에 가입한 간병인과 그렇지 않은 간병인의 차이, 한국인 및 중국 동포 간병인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참여자들이 포괄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본 연구의 수집 자료는 간병인의 인터뷰자료이다. 연구진은 2025년 4월부터 인천, 서울, 청주 지역의 요양병원 및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간병인 5명에 대한 인터뷰를 시행하였으며, 5명에 대한 인터뷰는 참여자 당 한 회씩 진행되었다. 단, 심층적인 인터뷰를 시행하기 위해 한 사람 당 인터뷰 시간은 1시간 30분에서 2시간까지 이루어졌다. 면담은 참여자의 근무지 인근의 회의실이나 카페, 병원 내 휴게공간 등에서 이루어졌으며, 보다 편안하게 인터뷰를 할 수 있도록 참여자가 편안하다고 느낄 수 있는 장소에서 인터뷰를 시행하였다.
인천 소재 요양병원의 경우, 본 연구팀의 연구진 중 한 명이 해당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어 기관의 전반적인 운영 상황과 간병인들의 근무 여건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이에 간병인 대상 면담을 본격적으로 실시하기 이전에 연구진은 기관을 여러 차례 사전 방문하여 병동 환경을 살펴보고, 간병인들에게 연구 취지를 간략히 설명하며 인터뷰 참여에 대한 양해를 구하였다. 또한, 잦은 접촉을 통해 간병인들과의 신뢰를 형성하고, 면담 시 심층적인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전 라포(rapport)를 형성하였다. 이러한 절차는 인터뷰 참여자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신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연구적 노력의 일환이었다. 인터뷰 질문은 반구조화된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주요 질문은 기본인적사항, 근무환경, 환자와의 관계, 보호자와의 관계, 건강 등으로 구성되었다.
자료분석의 과정에서는 Braun과 Clarke(2006)의 6단계 분석절차를 준용하여 분석을 수행하였다. 먼저 전사된 인터뷰자료를 반복적으로 읽으며 참여자의 어조나 맥락 감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였으며, 초기 코딩의 단계에서 선행연구(Sorensen et al., 2021)의 모형에서 도출된 영역을 중심으로 의미 단위를 식별하고 코드화하였다. 이후 주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는 코딩된 내용을 기초로 중요한 내용을 중심으로 예비 주제를 구성하였으며, 이 과정은 연구진이 함께 회의하는 과정을 통해 구성되었다. 주제검토과정에서는 구성된 예비 주제를 재검토하며 주제들의 관계를 재조정하거나 중복된 주제영역을 합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특히, 기존의 틀에 맞지 않는 귀납적으로 도출된 내용들이 없는지 중심으로도 확인작업을 하였다. 주제 명명의 단계에서는 각 주제의 핵심 의미를 반영할 수 있도록 주제의 속성을 포괄할 수 있는 주제어를 설정하였으며, 마지막 단계에서는 연구의 목적과 모형의 틀에 맞게 참여자의 직접적인 이용과 함께 분석결과를 서사적으로 기술하였다. 또한 분석의 전과정에서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본 연구에 참여한 모든 연구진은 해석의 과정에서 협의와 재검토를 수행하였다. 본 연구는 연구참여자의 인권과 개인정보보호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수행되었다. 본 연구진은 자료수집에 앞서 소속기관의 연구윤리위원회(IRB)의 심의 절차를 거쳐 연구계획을 승인받았다(IRB No. 1041078-20250218- HR-034).
연구참여자의 노동조건에 대한 연역적 주제분석 결과는 <표 3>과 같다. 물리적요소, 조직적요소, 심리사회적 요소, 직무설계, 건강과 웰빙이라는 초기 분석틀에 맞춰 총 5가지의 대주제가 도출되었으며, 각각의 대주제와 관련된 소주제의 경우 주제에 따라 2~5가지의 내용이 도출되었다. 최종적으로 총 16가지의 소주제가 도출되었다.
| 대주제 | 소주제 | 내용 |
|---|---|---|
| 가. 물리적요소 (Physical conditions of work) 제한적인 물리적 환경으로 인한 휴식상실과 과로 |
위생·편의시설 및 취침공간 부재와 접근성 문제 | 샤워·화장실·휴게실 미비 간이침대·라꾸라꾸 등의 취침공간 |
| 환기·채광 부족 및 시설 노후화와 수동식 침대 의존 | 환기·채광 시설 부족, 열악한 공기질, 손으로 돌리는 수동식 침대 | |
| 업무 및 생활공간의 미분리 | 병실이 곧 휴게 및 생활공간, 업무 및 일상 경계 모호 | |
| 나. 조직적요소 (The organization of work) 조직 및 제도적 보호의 공백과 외주화 구조 |
특수고용 형태로 인한 고용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사각지대 | 다쳐도 보상 부재, 1일 계약 등 불안정성 |
| 외주화 압력 속의 고용 불안정 | 직접고용 부재, 파견 순환·업체 교체, 병원 유형별 고용 기준 차이 존재 | |
| 보호구·의료지원의 개인 책임화 | 마스크 등 자체 조달 | |
| 다. 심리사회적요소 (The psychosocial work environment) 위계적 갈등과 폭력경험 및 대응체계 부족 |
의료진과의 협력 부족, 책임전가 및 대응 보고 체계 부재 | 의료진과의 협력 부족 및 사고책임 간병인 귀속, 구조적 보호 부재 |
| 보호자와의 갈등·감시 | 보호자의 과도한 감시, 불신 및 지속적인 민원 제기 경험 | |
| 낮은 사회적인식·대우 | 직무 폄하·무시 경험 | |
| 신체·언어·성적 폭력의 상시노출 | 치매·정신과·중증 환자군에서 폭언·폭행·성희롱 빈발 | |
| 라. 직무설계 (Job design) 24시간 상주와 인력배치 및 직무설계의 불균형 |
잠자는 시간까지,24시간 지속되는업무 | 새벽 4:30기상,배설·배식·목욕·체위변경·청소·의료보조등연쇄 |
| 잠자는 시간까지, 24시간 지속되는 업무 | 새벽 4:30 기상, 배설·배식·목욕·체위변경·청소·의료보조 등 연쇄 | |
| 과중한 환자 수 | 6–8인실 단독 담당, 격일·연속근무, 휴식시간 실질적 불가 | |
| 업무경계 모호화 | 석션, 드레싱 등 의료보조 수행, 책임 및 권한 불명확 | |
| 간병인끼리의 교육 전수 및 체계적 교육체계 부재 | 체계적 표준교육 부족, 현장 중심의 동료 실습 중심 | |
| 마. 건강과 웰빙 (Health and Wellbeing) | 서서히 녹아드는 병 | 피로 누적, 근골격계, 수면 부족, 고혈압, 낙상, 감염위험 노출 등 |
|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의 악화 | 정신건강의 어려움 | 스트레스, 불안 등 |
물리적요소는 실제로 일하는 환경의 물리적 조건을 의미하며, 작업공간, 위생 및 편의시설, 신체적 부담 요소, 조명 및 환기 등이 포함된다(Sorensen et al., 2021). 연구참여자들의 노동환경은 단순히 돌봄 업무의 차원을 넘어, 위생·편의시설과 취침공간 등 병원의 기본적인 물리적 환경과 밀접하게 얽혀 있었다. 환기 및 채광의 문제와 노후화된 수동침대 등은 간병인의 신체적 부담을 가중시켰다. 특히 간병인 업무 특성상 생활공간과 업무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업무와 휴식의 경계를 구분하기 어려웠고, 이는 신체 및 정신적 부담을 높였다.
간병인은 세안, 샤워 등 가장 기본적인 용도로 화장실을 이용할 때조차 환자와 의료진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주로 환자들이 취침할 때 화장실을 이용하였고, 또 빠르게 사용해야 하는 시간적 압박감을 느꼈다. 또한, 하루 대부분을 돌봄에 사용하는 간병인을 위한 별도의 휴게시설이 마련되어 있지 않거나, 일부 병원에서 휴게공간이 있더라도 업무 특성상 실제로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수면의 질은 매우 낮았다. 간병인은 한 사람 누울 수 있을 정도의 간이침대나 라꾸라꾸에서 잠을 청했고, 별도의 식사공간 없이 환자들과 함께 서둘러 식사를 해결해야 했다.
“내가 있는 병실에는 화장실이 없어요. 그래서 옆에 집(병실) 화장실 가죠. 그게 얼마나 불편하다고. 남의 병실 쓰다가 눈치 배우지. 그것도 다른 사람이 다 사용한 다음에 써야하고, 또 빨리 이용해야죠. 남들 자고 있는데 들어가면 안되지. 이게 말이 아니에요. 어떻게 7년이 지났는지 모르겠어요.”(참여자2)
일부 병원은 병실에 창문이 없어서 하루종일 햇빛을 볼 수 없는 환경에 놓여있었다. 이러한 문제는 환기·채광이 부족해 공기 질이 나빠지는 문제로 연결되었고, 장시간 실내근무로 인한 신체 피로 역시 누적되었다. 또한, 일부 병원의 노후화된 시설과 수동침대 사용으로 인해 반복적이고 부담스러운 육체노동이 요구되었으며, 일부 병원은 비교적 최근 간병인의 요청으로 수동침대에서 자동침대로 교체되었다.
조직적요소는 노동조건의 제도적 및 관리적 측면이며, 여기에는 고용형태, 근무시간, 안전관리 등이 해당된다(Sorensen et al., 2021). 간병인은 대부분 특수고용 형태로 고용안정성이 낮고 하루 단위 계약이나 용역업체와 계약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단기 및 외주용역 업체 계약 구조는 다쳐도 보상을 받기 어렵게 만들었고, 산업재해보상보험이나 고용보험 등 기본적인 사회보장 제도에서 배제되었다.
연구참여자들은 공통적으로 간병노동이 법적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느꼈다. 노동자로서의 법적 지위가 보장되지 않아 다치거나 질병이 발생하더라도 산업재해보상보험이나 고용보험 등의 사회보장 혜택을 받기 어려웠다. 이러한 제도적 공백은 돌봄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개인이 감당하도록 만들었고 특히 업무 중 서서히 진행되는 만성 근골격계 질환의 경우 산업재해보상으로 인정받기 더욱 어려운 현실이 드러났다. 환자가 다치는 것보다 간병인이 다치는 것이 낫다는 주변의 압박 속에서 자신의 건강보다는 환자가 다치는 상황을 막고자 함께 다치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치게 되더라도 산업재해보상보험을 통한 지원을 받기도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었다.
간병인은 주로 직접고용이 부재한 외주용역 업체 중심의 구조였다. 이들 중 일부 간병인은 병원에 직접 고용되어 일하고 있었으나, 소수에 불과하며 드문 사례에 해당했다. 동일한 병원 내에서도 직접고용 간병인과 용역업체 소속 간병인이 함께 근무하는 경우가 있었으며, 두 집단 간의 근무 기준과 조건이 상이하게 적용되기도 하였다. 이미 일부 간병인력에 대한 외주화가 시행되었고, 병원 내에서는 외주화를 확대하려는 압력이 있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직접고용 된 간병인 역시 고용의 장기적인 안정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구조적으로 내재되어 있었다. 또한, 문제가 생겼을 때 간병인의 외주용역업체에 책임을 묻거나, 간병인을 보호하기보다는 해고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이 작동하는 경향이 존재했다.
심리사회적 요소는 일하는 동안 경험하는 정서적 및 사회적 관계와 이로 인한 심리적 반응을 의미한다(Sorensen et al., 2021). 여기에는 감정노동, 신체 및 성적 폭력, 역할갈등, 직무스트레스 등이 포함된다. 연구 참여자들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의료진, 보호자, 환자 간의 관계 속에서 위계적 갈등을 경험하였다. 의료진과의 소통은 제한적이었고 환자 돌봄 중 발생하는 문제나 사고의 책임이 간병인에게 귀속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구조 안에서 사고나 문제 발생 시 책임이 간병인에게 전가되는 부분이 보고되었다. 간병인은 이러한 상황에서 심리적 부담과 직무상 압박을 경험하고 있었다. 또한, 일하다가 환자 등으로부터 폭력 행동이 발생했을 때, 공식적으로 보고하거나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절차는 없었다. 대부분 이러한 사건이 비공식적으로 처리되거나, 특별한 조치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긴급한 의료적 조치상황이 발생하거나 즉각적인 조치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의 책임이 간병인에게 전가되는 경우도 인터뷰 중 언급되었다.
"의사가 그러더라고요. 나중에 와서 소변(잔뇨)를 빼면서 “아주머니는 간병 못 하겠네요.” 그러는거에요. 근데 사실 자기 책임을 잘 이행을 못 했거든요. 6시간에 한 번씩 잔뇨를 빼야하는데, 안 뺐기 때문에, 자기가 와서 했어야 하는데 그 책임을 저한테 전가시키는거에요."(참여자3)
간병인은 일하는 중 보호자와의 갈등과 지속적인 감시를 경험했다. 일부 보호자는 간병인에 불만, 불신을 표현 하기도 했다. 또한, 보호자가 환자의 상태나 행동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간병인에게 책임을 묻는 상황도 있었다. 이와 같이 간병인은 보호자의 과도한 감시, 불신, 민원 제기 등의 상황 속에서 업무 수행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특히, 보호자가 간병인의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지시를 하는 경우 간병인이 이를 거부하기 힘든 환경 속에 놓여있었다.
간병인은 일하는 과정에서 직무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 부족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간호사나 병원 관계자, 보호자 등과의 관계에서 자신들의 의견이나 판단이 존중받지 못하는 경험이 있었다. 일부 참여자는 과거에 비해 무시나 차별적 대우가 다소 완화되었다고 언급했으나, 여전히 직무의 사회적 지위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목소리 높여서 외친다 한들 시정되는 건 하나도 없고, 간병사들의 노동력은 누가 인정을 안해요. 보호자들도 인정을 안해요. 간병 자체를 보는 시선, 인정하는 것들이 참 잘못돼 있다는 생각도 참 많이해요."(참여자3)
간병인은 일하는 중 다양한 형태의 폭력에 상시 노출되어 있었다. 신체적, 언어적, 성적 폭력을 반복적으로 보고하였고, 특히 남성 환자의 개인 위생(목욕 등)을 돕는 과정에서 성적 불편함을 경험했다고 이야기했다. 신체적인 폭력도 중요한 문제지만 간병인들에게 벌어지는 상시적인 언어폭력의 문제는 대부분의 참여자들의 인터뷰에서 언급되었다.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하는 언어폭력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있었고, 이들의 업무과정에서 이러한 폭력은 일상적인 일이 되어있었다.
"환자가 (간병인들) 브래지어를 이불에서 갖고 있다가 들키고, 성적인 행위를 하는 사람도 있고 그래요. 여사님 때문에 할아버지가 흥분된다고 잠도 안자고 난리도 났어요."(참여자1)
"꼬집고, 허리 치고.. 그래서 상처났지. 그 때 허리를 발로 찼던게 지금도 멍이 있어요. 그럼 어쩌겠어요. 약 먹고 치료 받아야지. 그래서 엑스레이 찍어줘요. 병원에서 진통제 놔주고."(참여자2)
직무설계 요소에는 업무 내용, 강도, 범위, 역할 구분, 자율성 등이 포함된다(Sorensen et al., 2021). 연구참여자들은 대부분 7~8인실을 단독으로 담당하거나, 병동 내에서 환자의 호출이나 긴급 상황에 상시 대응해야 했으며, 교대 인력이 부족하여 휴식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간병일은 하루 24시간 이어지는 장시간 노동으로, 특히 중고령의 간병인에게 신체적 부담이 컸다. 새벽 4시 30분에 기상해 하루를 시작했고, 인간의 삶의 구성하는 기본적인 수면과 식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 특히, 밤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해 항상 신경을 써야 하는 업무환경에서 하루 중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공간은 보장되지 못했다.
업무량은 병원 유형과 환자 수에 따라 차이가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담당 환자 수 6~8명이며, 인력 대비 업무 강도가 높았다. 일부 간병인은 7~8명의 환자를 전담하며, 인력 대체가 원활하지 않아 근무자의 부재 시 남은 인력이 추가 부담을 지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간병인은 돌봄 업무 외에도 의료보조 업무를 함께 수행하고 있었다. 간병 업무의 범위는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 않았으며, 간호사의 업무 일부가 간병인에게 비공식적으로 전가되는 경우가 있었다. 간병인은 환자의 석션, 드레싱, 방광 소변줄 관리 등 기본적인 의료보조를 수행하기도 했다.
간병인 교육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신입 간병인의 경우 기관 차원의 공식 교육보다는 현장에서 선배 간병인을 통해 자체적으로 업무를 익히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간병인의 특성상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의료적인 지식과 돌봄에 대한 지식의 습득이 필수적이지만 이러한 교육은 충분히 제공되고 있지 않았다.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일부 교육을 노동조합에서 담당하여 진행하기도 하였지만 본 연구에 참여한 참여자 대부분의 경우 일단 업무에 투입된 이후에 업무에 필요한 지식을 익히는 방식으로 업무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처음 간병일을 하게 됐을 때) 간병을 제가 할 줄을 모르잖아요. 그냥 배운대로 하는 거에요. 기본적인 것만 배우지 나머지는 다 우리가 실전에서 느끼면서 배워야되는 거에요. 환자마자 다 틀리기 때문에 다 교육을 시켜줄 수 없어요. 간병했을 때 진짜 일을 열심히 배웠어요."(참여자3)
간병인은 장시간 육체노동과 노동환경으로 인해 다양한 신체적 질환과 건강 문제를 경험하고 있었다. 서서히 녹아들며 생긴 경우는 만성적으로 누적되는 현실을 언급했다. 반복적인 체위변경과 이동보조 과정에서 통증을 호소했고, 수면부족과 이로 인한 만성피로가 나타났다. 일부 간병인은 질이 낮은 수면시간으로 인해 고혈압이 새로 발병하거나 악화되었다고 인식하였다. 또한, 환자의 이동보조나 보행을 부축하다가 함께 넘어져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더불어 노동환경으로 인해 면역력이 저하되어 환자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감염위험이 높아지는 점도 언급했다.
"뭐가 제일 힘드냐면 밤잠 잘 제대로 못 자요. 우리 한 달 동안 잘 못 잘 때도 있어요. 본래 혈압도 안 높았어요. 밤잠 제대로 못 자고, 그래서 고혈압이 생겼어요. 아까 그 여사님도 혈압약 드세요. 우리 다 혈압 높아요."(참여자2)
간병인은 누적되는 신체적 피로와 정서적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간병인은 동료와 함께 보내는 시간으로 일시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했지만, 장기적인 피로 누적과 스트레스로 인해 오랜 시간 소진을 경험했다. 이러한 결과는 여러 요소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정신건강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특히, 요양병원에서 사망하는 환자들이 발생하는 경우 정이 들었던 환자와의 이별과 그로 인한 허탈함과 상처가 있지만 이러한 정신적 부분을 토로하거나 해소할 방법은 없었다. 환자 사망시에도 바로 업부로 복귀해야 하는 환경 속에서 간병인들은 자신이 경험하는 소진을 먹는 것, 동료와 이야기하는 것 등으로 버텨내고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종합적 분석과정을 통해 연역적 주제분석결과와 더불어 연구에서 포착된 사회·정치·경제적 맥락, 제도적 맥락, 개인적 맥락 등을 반영한 내용을 아래 [그림 2]와 같은 도식으로 구성하였다.
본 연구 결과에서의 사회·정치·경제적 맥락은 병원 중심의 용역 고용구조, 외주화 확대와 외주화 중심의 민간 전달체계 중심의 노동유연화로 나타났다. 간병노동은 의료서비스에 있어 필수적 역할을 수행하지만, 병원은 간병인을 직접고용이나 정규직이 아닌 외주나 개인 계약 방식으로 고용해왔다. 이로 인해 간병인은 사회구조적인 보호에서 배제되며 노동의 불안정과 위험을 개인이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었다. 이에 따라 간병인의 불안정한 노동환경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정치·경제 구조의 변화에 따른 산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정치·경제적 맥락은 제도적인 맥락과 밀접하게 연결되며, 간병인의 업무환경에도 실질적인 영향의 배경이 된다.
본 연구 결과에서의 제도적 맥락은 간병인의 노동환경이 형성되는 구조적 조건을 의미한다. 이러한 제도적 맥락은 사회·정치·경제적 맥락과 맞물려 움직인다. 한국 사회에서 간병노동이 「의료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주요 제도 체계 안에서 독자적인 직종으로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채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은 거시적 차원의 노동유연화와 외주화라는 큰 흐름 속에서 파악해야 하는 현상이다. 간병인의 높은 비율이 외국인이라는 점은 간병인은 법적 노동자로서의 지위, 자격 기준, 노동조건, 사회보험 적용에서 배제된 현상을 설명하는 근거가 된다. 간병노동은 ‘필수적이지만 제도화되지 않은 외주화된 노동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국인 중에서 해당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 역시 기존의 시장경쟁체계에서 살아남기 힘든 고령의 노동자이다. 이러한 간병노동의 중거시적 상황은 고용 불안정, 사회적 인정 부족, 보호체계의 부재라는 ‘구조적인 취약성’을 내포한다. 다시 말해, 간병인의 노동환경과 건강의 문제는 개인의 선택이나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유연화, 시장화, 외주화라는 거시적 현상 속에서 제도적 배제와 맞물리는 현상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개인적 맥락은 간병인이 실제로 경험하는 개인적 조건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 참여한 간병인들은 대부분 중·고령 여성으로, 장시간 노동과 생계유지를 위해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감내하고 있다. 본 연구에 참여한 간병인들의 평균 나이대만 보아도 60대 정도로 돌봄을 제공하기보다는 오히려 여러 가지 영역의 돌봄이나 지원을 필요로 하는 연령대에 속한다. 이는 노인에 대한 고강도의 노동을 노인이 부담하고 있다는 모순을 보여준다. 또한, 의사소통의 용이성에 기반한 연구참여자 모집기준으로 인해 본 연구의 참여자는 주로 한국인이었지만, 간병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상당수의 간병인은 외국인노동자이다. 이러한 점은 돌봄이 제공되는 현장에서의 문화차이와 의사소통의 제약으로 연결되며, 다양한 어려움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간병인들이 갖고 있는 개인적인 맥락은 이들이 속해있는 중·거시적 상태와 맞물리며 결과적으로 건강과 웰빙의 문제로 연결되는 특성을 갖는다. 이들의 개인적 맥락은 그들을 둘러싼 환경과는 상관없는 개별화된 맥락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되며, 중·거시적 현상과 맞물려 돌아가는 간병인의 구조적 환경적 취약성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노동환경과 건강이라는 요소에서 제시한 5가지(노동조건 4가지와 건강과 웰빙) 요소에 맞추어 연역적 주제분석을 실시하였다. 첫째, 물리적 업무환경에서는 휴게공간과 취침공간의 부재, 환기·채광 부족, 노후화된 시설과 수동식 침대 사용 등으로 인해 간병인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지속적인 신체적 부담을 경험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병실이 곧 업무공간이자 생활공간으로 기능하면서, 업무와 휴식의 경계가 해체된 상태가 일상화되어 있었다. 둘째, 조직적 업무환경에서는 특수고용·외주용역 중심의 고용구조로 인해 고용보험과 산업재해보상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제도적 공백이 핵심적으로 나타났다. 다쳐도 보상을 받기 어렵고, 보호구나 의료적 지원이 개인 책임으로 전가되는 구조는 간병인의 건강 위험을 개인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셋째, 심리사회적 업무환경에서는 의료진과의 협력 부족, 사고 발생 시 책임 전가, 보호자와의 갈등, 낮은 사회적 인정, 신체·언어·성적 폭력에의 상시적 노출이 주요 문제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험은 간병인의 정서적 소진과 불안을 누적시키는 요소로 작용하였다. 넷째, 직무설계 영역에서는 24시간 상주 근무, 과중한 환자 수, 불명확한 업무 경계, 체계적인 교육 부재가 확인되었다. 간병인은 돌봄 업무를 넘어 의료보조 업무까지 수행하면서도 이에 상응하는 권한이나 보호를 부여받지 못하는 구조 속에 놓여 있었다. 간병인들이 경험하는 이와 같은 업무환경의 문제는 비단 특정 기관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간병노동이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기에 간병인들의 노동환경 역시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업무에 친화적이지 않은 환경으로 구성된다. 이들의 업무환경을 개선해야 하는 동력은 간병인을 고용하는 외주업체에도 간병인이 근무하는 기관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환경을 오롯이 감내해야 하는 이들은 간병인들 자신이며, 이러한 영향은 실질적인 돌봄의 질 하락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노동환경은 간병인의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웰빙의 악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나타났다. 연구 참여자들은 근골격계 질환, 만성 피로, 수면 부족, 고혈압, 낙상 및 감염 위험 등 신체적 건강문제를 경험하고 있었으며, 이는 단기간의 사고가 아니라 ‘서서히 녹아드는 병’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정신적 측면에서는 지속적인 긴장 상태, 감정 노동, 폭력 경험으로 인한 불안과 트라우마, 직무소진이 누적되고 있었으며, 이러한 건강문제는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불안정 노동 구조 속에서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간병인의 건강 악화는 돌봄의 질 저하로 이어지며, 결국 환자와 가족, 의료기관 전체의 돌봄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개인–조직–사회적 차원의 문제로 확장된다.
본 연구는 Sorensen et al(2021)의 노동자 건강과 안전 보호 및 증진을 위한 통합적 접근의 확장 개념모형(Expanded Conceptual model for integrated approaches to the protection and promotion of worker health and safety)을 적용하고, 연역적 주제분석 방법을 사용하여 간병인의 노동환경을 각 요소별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연구결과, 모형의 각 영역에서 전반적으로 이들의 건강과 웰빙은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 각 요소들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간병인의 신체적 및 정신적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양상이 관찰되었다.
본 연구결과로 도출된 간병인의 노동조건의 특성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물리적 요소에서 간병인은 장시간 근무와 반복적인 신체 노동이 요구되는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24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축적과 과로를 호소했지만, 충분한 휴식이 보장되지 않았다. 손으로 계속 돌려야 하는 수동식 침대와 같은 노후화된 장비는 근골격계 질환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작용하였다. 특히 생활공간과 업무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돌봄업무와 휴식의 경계를 구분하기 어려웠다. 둘째, 조직적으로는 병원의 직접고용보다는 대부분 외주용역 중심의 파견 형태가 주를 이뤘다. 같은 병원 내에서도 직접고용과 외주용역 간병인 간의 업무기준과 처우에 격차가 존재했다. 또한, 특수형태의 고용이기 때문에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 등 기본적 사회보장 제도에서 배제되어 있었다. 이로 인해, 일하다가 다쳐도 보상을 받기 어려웠다. 마스크와 같은 기본적인 보호구 또한 개인이 구매하는 경우가 있었고, 지급되는 물품이 있다 하더라도 품질이 좋지 못했다. 이는 스스로 건강을 지켜야하는 상황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었다. 셋째, 심리사회적 측면으로는 함께 일하는 의료진, 매일 마주하는 환자, 보호자 관계 안에서 갈등을 경험했고, 업무 중 발생하는 잦은 언쟁, 낮은 사회적 인식 등으로 인해 심리적 위축과 불안을 느끼기도 했다. 또한, 신체적·언어적·성적 폭력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고, 특히 목욕과 같은 개인위생 행동 업무에서 남자 환자의 신체노출과 성적 불편감을 느끼는 상황에 자주 노출되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보호나 대응 절차가 부재했다. 넷째, 직무설계요소에는 간병인이 평균 7~8명의 환자를 단독으로 담당하면서 노동강도가 과중했고, 목욕, 배식, 체위변경, 이동, 의료보조 업무(석션 등)까지 수행하며 업무 범위의 경계가 없었다. 이러한 노동 강도와 경계없는 업무에도 불구하고, 교육은 체계적이지 않았고, 선배 또는 동료의 경험을 통한 비공식적 교육에 의존하고 있었다. 또한, 넓은 업무와 관련된 역할과 책임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24시간 상주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간병인은 원가족과 함께 지내기 어려웠으며, 가족이 잠깐 찾아오더라도 충분한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는 현실에 처해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가족 관계의 단절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후 삶의 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처럼 간병인의 건강과 웰빙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들은 단순한 신체 노동의 과중함을 넘어, 24시간 근무, 불안정 고용, 제도적 보호 부재가 결합된 결과로 나타난다. 대부분의 간병인은 환자들과 대부분 함께 생활하고 자며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함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돌봄부담과 장시간 돌봄은 수면 장애를 매개로 신체 및 정신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며(Maltby et al., 2017), 돌봄 노동에 동반되는 높은 신체적 요구는 근골격계질환에 영향을 주어 전반적인 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Darragh et al., 2013). 황은희(2015)는 노인요양병원 근무자의 직무 스트레스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피로이며, 이러한 직무 스트레스는 수면의 질을 낮췄고, 우울의 정도를 높인다고 하였다. 또한, 수면의 질이 낮을 때 자신의 업무에 인지적으로 열중하여 몰두하고 관심을 갖는 직무몰입도 또한 감소한다(이숙희, 류시원, 2017). 이와 더불어 감정노동, 역할갈등, 폭력경험 등은 우울과 불안을 예측하는 주요심리사회적 요소로 확인되었다(Smith et al., 2020). 황보람 외(2014)의 연구에서도 노인돌봄종사자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탐색한 결과, 3교대와 같은 근무형태, 일일 근무시간, 또한, 치매 등 장애를 갖고 있는 대상자 수, 신체폭력 경험빈도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반면, 돌봄대상자 및 보호자와의 친밀한 관계는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편, 고용불안정은 우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임이 지속적으로 확인되었왔다(박지선, 2016; 변금선, 이혜원, 2018; 최혜지, 2018). 이는 간병인의 외주화 중심의 불안정한 고용구조가 우울과 스트레스 및 정서적 소진을 심화시키는 요소임을 보여준다. Benach et al(2014)에 따르면, 고용조건은 건강불평등을 결정짓는 핵심 사회적 요소로 제시되며, 불안정 고용구조가 건강불평등의 근본적 원인임을 지적하며, 좋은 일자리를 보장하는 것을 건강형평성의 핵심으로 제시하였다. 간병인은 돌봄 업무의 특성 중 하나인 장시간 노동은 건강 악화를 유발하고, 대게 간병인을 하는 이들이 중고령 여성이라는 점에서 노동시장에서의 배제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처가 필수적이다. 이를 종합하면 간병인의 건강 악화는 다양한 요소가 상호작용한 결과로, 다차원적 경로를 통해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간병인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로를 고려한 개입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2024년 기준 약 64만 명 요양보호사 중 재가 요양보호사는 약 54만명으로 비율은 85.2%이다(노인장기요양보험통계연보, 2025). 석재은(2020)의 연구에 따르면 요양보호사는 장기요양보험이라는 공적인 제도 안에 있지만, 재가 요양보호사는 시간제 호출노동(on call work) 중심의 고용구조로 인해 고용과 소득의 불안정성을 경험한다. 특히, 재가요양 영역은 기관은 단지 중개자 역할에 머무르며, 이용자의 입원, 사망 등 예측하기 어려운 서비스 계약 해지가 요양보호사 개인에게 전가되는 구조가 지적되어 왔다. 즉, 요양보호사의 취약성은 제도 밖의 배제라기보다는 제도화된 체계 안에서 충분한 보호가 작동하지 않는 구조적 한계로 설명된다(석재은, 2020). 반면, 본 연구 대상인 간병인은 유사한 돌봄업무를 수행하는 돌봄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장기요양보험을 포함한 공적 돌봄체계의 범위에서 배제되어 있어 위험을 완충해줄 제도적 장치가 부재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취약성이 일상적으로 누적되어 건강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맥락이 참여자들의 경험을 통해 나타났다.
본 연구결과에서 나타난 결과를 바탕으로 간병인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방향을 Sorensen et al(2021)의 분석틀의 요소들과 연결되도록 제시하고자 한다. 이는 간병인의 건강 경험을 다층적인 노동환경 구조 속에서 해석하고 정책적 방향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연구결과에서 확인된 물리적·조직적·심리사회적·직무설계 요소는 서로 분리된 문제가 아닌, 상호작용하며 건강의 취약성을 구조적으로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동하였다. 이에 따라 노동환경의 구조를 제도적으로 재편하는 두 가지 정책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최소한의 공정하고 올바른 계약 문화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물리적요소(휴게공간·휴게시간 보장), 조직적요소(고용 계약구조의 명확화)의 보호와 직무설계(장시간 노동 완화)와 심리사회적 부담을 줄이는 간접적 효과를 지닌 제도적 장치로 해석될 수 있다. 서울특별시(2022)는 간병인의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서울형 간병인 표준계약서」를 배포하였다. 표준계약서에서는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는 권리보호, 사회안전망 조성, 소개업체 갈등 최소화, 휴게권 보장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표준계약서를 통해 간병인 노동환경의 주요 쟁점인 장시간노동, 저임금, 휴게시간 등의 부분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표준계약서는 배포되었지만, 서울시에 그치고 있으며 법적 의무가 아닌 권고수준에 머물러 있어 적극적인 현장 적용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표준계약서의 전국적 확산과 함께 보다 적극적인 지자체의 제도적 개입이 요구된다.
둘째,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을 위한 법제도 개정이 필수적이다. 이는 물리적요소의 위험을 개인의 책임이 아닌 제도적으로 보호하려는 핵심 장치이며, 외주 및 특수고용 구조와 같이 조직적요소에서 제시된 보호 공백을 보완하는 정책 중 하나이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대부분 병원 직접고용이 아닌 용역 등 특수고용형태로 일하고 있었고, 이로 인한 고용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특히, 업무 특성상 신체적 부담이 큰 업무를 포함하고 있어, 환자 이동 시 같이 넘어지거나 근골격계 손상, 감염 등 사고위험이 상시적이지만,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험이 확인되었다. 이는 산재보험 적용의 높은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간병인은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산업안전보건법」상 적용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남우근, 2023). 2023년부터 시행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기존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개념을 삭제하고 ‘노무제공자’ 개념을 도입하여, 보호 범위를 넓히고자 했다. 그러나 간병노동은 여전히 사적 계약과 병원 내 용역 구조로 인해 사용자성이 불분명하여, 노무제공자로서 여전히 법 적용이 불확실한 사각지대에 있다.
간병인의 불안정한 노동환경과 건강 취약성은 공적 영역의 제도화, 노동권 보장이 동반되지 않으면, 구조적으로 재생산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과 가족에게 간병의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닌,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때 돌봄노동이 ‘모두에게 괜찮은 일자리(Decent work)’로 거듭날 수 있다(ILO, 2018). 돌봄을 여성의 역할로 여겨왔던 기존의 사회적 인식은 낮은 임금과 노동환경을 정당화해 왔다(ILO, 2023). 그러나 생애과정에서 누구나 돌봄과 간병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사회가 그 안전망으로서 역할을 다 할 때, 돌봄 책임을 개인이 아닌 사회가 감당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돌봄 책임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부담과 건강 위험이 개인과 가족에게 집중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저평가 받는 돌봄노동이 ‘괜찮은 일자리’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간병인을 제도권 안에서 정식으로 인정하고 보호하는 정책적 기반이 필요하다. 제도나 행정의 뒷받침 없이 간병인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정책적 방향은 국제적으로도 강조된다. 돌봄노동은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 여성이며, 노인이며, 늘어나는 수요와 글로벌 차원의 노동유연화로 인한 이주노동자에게 집중된 젠더화된 노동이다. 국제노동기구(ILO, 2018)에서는 이러한 돌봄노동이 낮은 돌봄노동 구조(Low road to care)에서 벗어나 양질의 돌봄노동 구조(High road to care work)로 나가가기 위한 핵심전략으로 5R Framework를 제시하였다. 여기에는 간병 및 돌봄의 유급노동의 경제 및 사회적 가치를 인정해야하며(Recognize), 여성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돌봄부담을 경감시켜야하고(Reduce), 가정 및 국가 간 돌봄 책임을 재분배 하고(Redistribute), 돌봄노동자에게 공정한 보상(임금 및 노동조건 개선)이 있어야하고(Reward), 돌봄노동자의 노조참여 보장, 여성의 의사결정 과정 참여 확대 등을 통해 권리를 존중(Representation)하는 것이 포함된다. 이를 위해서는 공적인 영역의 투자, 제도화, 노동권 보장, 성평등한 문화가 함께 구축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본 연구는 간병인의 노동환경을 Sorensen et al(2021) 통합접근 모형을 적용하여 탐색한 국내의 첫 질적연구로, 노동조건(물리적, 조직적, 심리사회적, 직무설계)을 확인하고, 구체적으로 간병인들의 실제적 경험을 확인했다. 간병인의 불안정한 노동환경을 질적연구를 통해 살펴봄으로써 간병인들이 경험하는 일상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연구이다. 특히, 본 연구를 통해 간병인 개개인의 경험을 넘어서 사회·정치·경제적 차원에서 현상을 분석해내는 과정을 통해 본 연구는 제도적인 관점에서의 개입지점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분석 모형에서 사회·정치·경제적 맥락으로 기술변화, 세계화, 고용불안정과 같은 요소를 직접적으로 분석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본 연구의 결과는 이러한 거시적 요소들이 노동환경을 매개로 하여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경험적 근거로 해석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병원의 용역 중심의 고용구조, 외주화 등의 요소는 돌봄 영역의 시장화, 노동유연화와 같은 구조가 간병인의 노동환경에 구체화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노동환경은 신체적 및 정신적 건강문제로 전이되는 경로를 형성한다. 이러한 점에서 해당 모형은 사회·정치·경제적 맥락의 요소가 노동환경을 통해 건강으로 매개되는 과정을 해석하는 데 유용한 분석틀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에서 본 연구 이론적, 정책적, 실천적으로 다양한 함의를 갖는다. 우선, 간병인이 경험하는 노동환경을 간병인 당사자의 관점에서 포착하는 과정을 통해 돌봄환경의 중추적인 맹점을 포착해 냈다는 점이다. 통상, 돌봄에 대한 연구는 돌봄을 제공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질적으로 좋은 돌봄을 받을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이루어진다. 그러나, 돌봄을 받는 사람들의 돌봄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확보해 나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이 본 연구의 결과에서 드러난다. 이러한 점에서 본 연구가 정책적 함의는 크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순수 귀납적 관점에서 인터뷰자료를 분석해내지 않고, 기존의 모델에서 제시하는 기본적인 틀을 통해 연역적 차원에서 수집자료를 분석해냄으로써, 노동환경에 대한 구조적인 개입지점을 포착하고자 하는 시도를 하였다. 노동조건(물리적, 조직적, 심리사회적, 직무설계)을 확인하고, 해당 모델에 기반한 다양한 환경을 포화적으로 확인했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연역적 차원에서 포착하기 어려운 현장의 현상들을 귀납적으로 담아 내고자 시도한 점은 이론적, 실천적 함의를 갖는다.
이러한 함의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한계를 갖는다. 먼저 본 연구의 참여자는 특정 지역에서 근무하는 간병인으로 이루어져 있어 지역적으로 대표성을 띄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수행되었다는 점에서 간병인 전체 집단으로 일반화하기에는 제약이 있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지역 등 전국단위의 표본설계를 고려한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본 연구에 참여한 참여자가 대부분 한국인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외국인 간병인의 경험을 반영하지는 못하였다. 따라서, 보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간병인들에 대한 연구가 수행되어 간병인들의 노동환경을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해내는 연구가 수행되기를 기대한다.
계약 체결 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지 않아 근로시간이 계약 체결 이후 업무 배정시 분명해지는 업무로 우리나라의 경우 아이돌보미, 요양보호사 등이 수행하는 형태가 호출노동에 해당된다(방강수,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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